2026.01.09 (금)

[기자수첩] 김영환 지사의 뒤늦은 ‘몽니’, 번지수가 틀렸다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충청권 메가시티'라는 거대한 담론이 드디어 실체적인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순간에 엉뚱한 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온다. 바로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입이다.

 

​김 지사는 최근 대전·충남 통합 광역단체의 명칭을 ‘충청특별시’로 하자는 논의에 대해 “충북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충북이 빠졌는데 어떻게 ‘충청’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냐는 것이다.

 

겉으로는 지역의 자존심을 내세운 듯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자 전형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 아닐 수 없다.

 

​김 지사에게 묻고 싶다. 애초에 ‘충청권 메가시티’라는 밥상을 걷어찬 당사자가 누구인가?

 

​지난 몇 년간 대전, 세종, 충남, 충북 4개 시·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 메가시티 구상에 머리를 맞댔다. 김 지사 역시 원칙적으로는 동의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는 발을 뺐다. 2024년 최종 합의 당시, 행정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자신의 도지사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정치적 셈법, 즉 ‘자리 보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나?

 

​4개 시·도 광역단체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골든타임’ 3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책임에서 김 지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와서 대전과 충남이 “우리라도 먼저 통합해 생존의 길을 찾겠다”고 나서자, 뒤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명백한 ‘몽니’다.

 

​더욱이 김 지사의 이런 반발은 다분히 정략적으로 비친다. 현재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통합에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밝히고 지원을 약속하자,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주도권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통합의 대의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행태다. 버스는 이미 떠났는데, 정류장에 남아 소리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충청특별시’라는 명칭이 거슬린다면, 애초에 그 배에 함께 탔어야 했다. 함께 노를 저어갈 때는 침묵하거나 발을 빼더니, 배가 출항하려 하자 “내 허락 없이 깃발에 우리 집안 이름을 쓰지 마라”고 외치는 꼴이다. 이는 충북 도민을 위한 자존심 지키기가 아니라, 통합 논의에서 소외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격지심’의 발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가 민심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 충북 정가에서는 김 지사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파다하다. 도정 평가와 지지율이 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김 지사만 모르는 것인가.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인근 지자체의 노력에 딴지를 거는 도지사가 아니라, 충북의 미래 먹거리를 챙기고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리더다. 남의 잔칫상에 재를 뿌릴 시간에, 본인의 도정 성적표부터 챙겨보는 것이 순서다.

 

​대전과 충남의 통합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김영환 지사는 이제라도 억지 춘향식 비난을 멈추고, 충청권의 맏형다운 품격을 보여주길 바란다. 함께하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가는 길을 막아서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이 이웃 도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충북 도민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