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종시의회의 한 장면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실망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게 만들었다.
도심 데이터센터 유치라는 중차대한 현안을 두고 벌어진 긴급 현안질의에서, 시의원은 시장의 답변을 ‘듣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의회 본연의 역할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마저 훼손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과연 세종시의원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순열 시의원은 어진동 데이터센터 설치와 관련해 시민의 건강권과 안전성을 운운하며 시장의 재검토 의지를 물었다. 시민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것은 시의원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시장이 해당 사업이 현 정부의 차세대 국가 SOC 시설이며 위험성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고, 행정의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의원은 돌연 '듣지 않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였다.
이는 그야말로 ‘입틀막’ 행태이며, 논리적 반박이나 건설적인 대화를 포기한 아집의 극치로밖에 볼 수 없다.
시민의 대표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자신들의 주장에 반하는 의견은 애초에 들을 생각도 없다는 고집불통의 자세는 민주주의 의회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폭거다. 질문을 던졌으면 답변을 듣고, 그에 대해 다시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의정 활동의 기본이자 상식이다.
더욱이 문제는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추가 질의 후에도 시의원은 또다시 시장의 답변을 ‘듣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논쟁 자체를 회피했다. 이는 단순한 감정싸움을 넘어, 의회 집행부 간의 건강한 소통을 차단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시의원 측에서는 비생산적인 논쟁을 막기 위함이었다거나, 의장의 진행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시민들은 시의원들에게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시민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대안 제시를 기대한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답변은 듣지 않겠다는 태도는 ‘시민 대변’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을 내세우는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집행부의 "서로 의견을 말하고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향이 있다"는 볼멘소리는 이러한 시의원들의 일방통행식 의정 활동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다. 의회 규칙상 질문과 답변이 교대로 균등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마저 무시하는 태도야말로 세종시의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종시의회는 지금이라도 시민의 엄중한 시선과 기대를 직시해야 한다.
시민 대변자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정작 시민에게 봉사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아집과 고집만을 내세운다면, 결국 시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세종시의원들은 진정한 ‘시민의 대표’로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불통의 상징’으로 남을지 그 갈림길에 서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