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동훈의 러닝메이트'로 불리며 친한(親韓)계 핵심으로 꼽혔던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당대표 선거 국면에서 '윤석열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정치적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는 발언은 그의 달라진 정치적 좌표를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운명공동체처럼 움직였던 그가 이제는 '반(反)한동훈·친(親)윤석열' 노선을 선명히 하며 당권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현실 정치의 냉혹함과 권력의 향배에 따른 정치인의 생존 전략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의 그림자'에서 '반한 선봉장'으로
장동혁 의원은 22대 총선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무총장을 맡으며 '한동훈의 입'으로 불렸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달하는 인물로 평가받았으며, 총선 이후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설이 나올 때마다 최고위원 러닝메이트 1순위로 거론될 만큼 신임이 두터웠다. 실제로 지난 6월,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자 장 의원 역시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하며 "정부에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한 전 위원장과 보조를 맞추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스탠스는 오래가지 않았다. 당내에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꺾이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론을 고리로 한 '반한' 전선이 형성되자 그의 발언 수위와 방향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당내 '탄핵 찬성파'를 "내부 총질 세력"으로 규정하며 맹비난했고, 이는 사실상 한동훈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급기야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동훈을 위해 춤이라도 출 것 같던 장동혁"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탄핵에 찬성한 친한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과거의 자신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친윤 및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김문수·尹어게인'과 손잡고 '선명 우파'로
장 의원의 변신은 단순히 '반한'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당내에서 선명한 우파 색채를 드러내는 인사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재구축하고 있다. 당대표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대해 "도와달라고 했을 때 도와드렸고, 당대표가 되신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히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전 지사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강하게 반대하며 '윤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는 대표적인 친윤 인사다.
또한 장 의원은 최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대표가 되면 적절한 시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공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저를 극우로 몰았던 분들은 알아서 (당을) 나가면 된다"고 발언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친한계를 향해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당내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로, 과거 합리적이고 온건한 이미지를 벗고 '선명 우파' 투사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생존을 위한 '줄타기'… 평가는 엇갈려
장동혁 의원의 이러한 극적인 정치 행보 변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비판적인 측에서는 정치적 신의와 소신을 저버린 '철새 정치인'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것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한동훈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했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반한 선봉장'으로 돌변한 것은 정치적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급변하는 정치 지형 속에서 생존하고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시각이다. 한동훈 체제로는 당의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당의 주류로 부상한 친윤 및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수정한 것은 나름의 정치적 결단이라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장동혁 의원의 최근 행보는 국민의힘 내부의 복잡한 권력 투쟁과 노선 갈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유력한 차기 주자였던 한동훈의 정치적 위상 변화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재결집하려는 친윤 세력의 움직임 속에서, 장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미래를 위한 고도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변신이 성공적인 정치적 도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신뢰를 잃은 정치인의 표본으로 남게 될지는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와 이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