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17일 새벽까지 세종시에 폭우가 쏟아지던 시기, 재난 컨트롤 타워인 세종시 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재대본)의 허술한 재난대응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상 2단계 격상 후 불과 한 시간여 만에 발생한 급류 실종 사고를 재대본이 뒤늦게 인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종시와 세종소방본부, 세종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2시 21분경, 40대 남성 A씨가 어진동 다정교 아래 제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사고 발생 약 한 시간 전인 17일 오전 1시 10분, 세종시 재대본은 비상대응을 2단계로 격상하고 상황판단회의까지 개최했지만, 정작 해당 사고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재대본이 A씨의 실종 사실을 사고 발생 23시간이 지난 18일 오전 1시 41분에 경찰이 CCTV를 통해 A씨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도, 자체적으로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18일 오전 9시에 작성된 세종시 재대본의 호우 대처 보고 자료에는 실종 인명피해가 '해당 없음'으로 기재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세종시 재난 담당 부서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인명사고 정보를 누락한 것이 아니고, 정오가 지나서야 뉴스 기사를 보고 급류 실종 사고를 인지했다"고 해명하며, 관련 상황이 재대본에 전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난 컨트롤 타워가 외부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중대 사고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재난관리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A씨 실종 신고 접수 후 소방본부에 공조를 요청하고 CCTV로 확인된 수난사고 발생 사실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요한 정보가 세종시 재대본에는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세종시 재대본 구성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종시 재대본에는 재난 현장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소방본부와 자치경찰이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 담당 부서 관계자는 "비상 1단계에서는 소방본부 자체 비상근무 체계가 있고, 재대본 상황실 바로 옆에 사무실이 있어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 내부에서는 "경찰이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왔지만, 재난 대응의 핵심 주체인 소방과 자치경찰이 공식적인 재대본 구성에서 빠져있는 구조적 문제가 정보 단절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충남도의 경우 1단계부터 소방본부가, 2단계부터 자치경찰이 재대본에 참여하여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번 실종이 자연 재난에 의한 실종인지, 본인 실수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자치경찰의 재대본 참여는 "인력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급류 실종자 관련 현황과 동향을 정리해 행정안전부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된 지자체의 재난관리책임과 정보 수집·전파 의무를 세종시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재난 컨트롤 타워의 기능 마비는 곧 시민들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재난 현장의 핵심 주체들이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여 유기적인 정보 공유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시의 이번 재난대응 구멍이 앞으로의 재난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개선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