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천특화시장에 화재가 발생해 257개 점포가 화재 피해를 입었다. 이 화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현장 방문이 언론에 집중보도 되며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좌 =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 사진 우 = 윤 대통령의 서천시장 방문.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이 더욱 주목 받은 화재 현장 방문은 결국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원인이 되기도 했다. 상인들은 대통령이 불과 20분 정도만 머물며 상인들에게 위로의 말도 없이 한 위원장과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는 얘기다.
이를 수습하느라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나와 몇 시간 동안 동분서주하던 김태흠 도지사만 난처한 상황에 빠져 버렸다. 행여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서도 안 되고 상인들의 불만도 잠재워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윤 대통령은 상인회장 등 일부 상인들 앞에서 재난지구를 지정하던지 이에 준하는 지원을 해주라고 동행한 행자부 장관과 중기부 장관에게 엄중한 지시를 내렸다.
기자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문득 7년 전 일어났던 대구 서문시장 화재 사고가 떠올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통과 돼서 커다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 때문에 11월 말에 발생한 화재로 700여 곳의 점포를 잃은 서문시장을 방문한 이유가 특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여하튼 박 대통령은 불이 난 서문시장을 방문했지만,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과 약 10 여분 동안 화재 현장을 돌아본 후 청와대로 발길을 돌렸고 박 대통령의 뒤로는 환호와 성난 비난의 목소리가 한데 뒤섞였다.
일부 시민들은 환호했지만, 화마로 상처 입은 상인들은 “이 와중에 사진 찍으러 왔냐?”며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상인은 “표 찍어 달라고 할 때는 그렇게 오랜 시간 머물며 읍소하더니, 이번에는 아무 말도 없이 고작 10여 분을 머물다 간다”라면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것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서천특화시장 방문도 7년 전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박 대통령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윤 대통령도 김건희 여사의 특검법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천시장을 찾았다. 방문 시간 역시 20분 정도로 매우 짧은 시간이었고 이에 따라 상인들의 불만스러운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김태흠 도지사의 말대로 대통령이 시장 화재 사고 현장을 찾은 것은 그만큼 애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고 상인들을 만나지 못한 것은 경호상 어쩔 수 없이 벌어진 해프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지만 상인들과 국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자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화재가 난 지 7년이 지나도록 대구 서문시장은 아직 복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구 서문시장의 규모는 서천특화시장보다 몇 배가 더 크고 역사도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곳이며 상가 재건축을 둘러싼 상인 간에 크고 작은 법적 분쟁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서천특화시장과는 다른 점이기는 하다.
오늘 김 지사는 그 어느 시장보다 더 빠른 원상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해 1년 6개월 안에 신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설계와 시공을 턴키 방식으로 추진하고 이 사고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역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2016년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도 빠른 원상복구를 약속했지만, 이는 공염불이 됐다. 이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김 지사와 윤 대통령은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서천특화시장을 원상복구 시켜 상인들이 다시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힘없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이제 서천시장 상인들과 국민이 해야 할 일은 자기 손으로 선출한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얼만큼이나 이행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