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닙니다. 공주 경제가 무너집니다."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가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에 통합 모델로 최종 선정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축포 대신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막대한 국비 지원(5년간 1,000억 원)이라는 성과 뒤에 숨겨진 '흡수 통합'의 우려가 지역 사회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11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공주시의회가 추진해 온 '공주대-충남대 통합 반대 결의안' 채택이 이날 난항을 겪으며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당초 공주시의회는 통합 반대와 더불어 공주시가 교육부에 제출한 '대응 자금 30억 원 지원 확약서'의 철회를 요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자당 소속인 최원철 공주시장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는 것에 난색을 표하며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합 논의의 핵심 쟁점은 '공주대의 정체성'이다. 공주 시민들과 동문회는 "충남대와의 통합은 사실상 대전 중심의 흡수 통합"이라며 "교명 변경과 학과 통폐합이 이뤄지면 공주 원도심 공동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학 측은 학령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2027년까지 화학적 결합을 준비하고 2028년 통합 대학 출범을 목표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양 대학은 당장 내년 3월까지 구체적인 통합 실행 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충남대가 한밭대와 통합을 추진하다가 세부 조율 실패로 글로컬대학 지정에서 탈락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남은 3개월 동안 구성원과 지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제2의 한밭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양 대학은 '초광역 연합 대학'을 기치로 내걸고 대학원 우선 통합, 공동 교육 과정 운영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캠퍼스 재배치와 유사 중복 학과 통폐합 등 '뇌관'은 여전히 건드리지 못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공주대의 한 교수는 "위에서 찍어 누르기식 통합은 반드시 탈이 난다"며 "지금이라도 학생과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를 만들어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지원금을 쥔 두 국립대가 지역 소멸의 공포를 넘어 진정한 '충청권 메가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의 '통합 쇼'로 끝날지 지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충남대공주대통합 #글로컬대학30 #공주시의회 #대학통합 #지역소멸 #헤드라인충청 #임기자 #교육부 #국립대통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