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인천 옹진군 영흥면 인근 갯벌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순직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생명이 위태로운 중국 공민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든 해양경찰 고(故) 이재석 경사의 영웅적인 희생이었다. 그의 젊고 숭고한 생명은 꺼졌지만, 그가 남긴 감동은 국경을 넘어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열린 영결식은 고인을 추모하고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자리였다. 고인의 관이 태극기에 덮여 영결식장으로 들어서자, 전국 각지에서 모인 800여 명의 해경 동료들이 일제히 거수경례하며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 유족과 동료들의 오열 속에서도 옥조근정훈장 추서와 1계급 특진이 발표되며, 국가가 그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고인의 희생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 영결식에는 중훙눠(鍾洪糯)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 겸 총영사가 직접 참석해 고인에게 헌화하며 애도를 표했다. 중훙눠 총영사는 "젊은 생명을 바쳐 국경 없는 사랑과 숭고한 인도주의 정신을 보여주었다"며, 고인의 영웅적인 행동은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에게 깊이 기억될 것이고, 중국 인민 또한 이 소중한 우정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헤드라인충청과 상호협약을 맺은 중국 최대의 관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에서도 이번 순직 사고를 보도 하고 있다.
고인의 동료들은 그를 두고 "언제나 뒤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동료"이자 "이익보다 의로움을 생각했던" 올곧은 인성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즉 '이익을 보더라도 의로움을 생각하고, 위급할 때 목숨을 바친다'는 고인의 좌우명은 그의 행동이 결코 우연이 아닌 삶의 철학이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다소 냉랭했던 한중 관계 속에서, 고 이재석 경사의 희생은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미담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의 숭고한 희생이 양국 국민들의 마음을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교적 마찰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사람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의 시작이자, 얼어붙은 관계를 녹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임을 깨닫게 된다.
고 이재석 경사의 희생을 기리며, 그의 숭고한 뜻이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더욱 따뜻하고 깊은 우정의 싹을 틔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